이 세상에 나 이상의 존재는 없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신의 문제고, 내가 존재한다는 건 오직 나만의 문제다. 나는 이 세상에 있고 싶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점이다. 쓸데없는 말로 그것이 나의 존재라고 설득당하고 싶지 않다. 내가 죽고 나면 내가 어떻게 되는지를 분명히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는 낡은 계략에 속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지 못한다면 불멸을 위해 나는 내가 가진 것 중 단 한 가지도 내놓지 않을 것이다. 나의 개성을 보증해 주지 않는다면 그 무엇에도 소속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완전하고 탁월하다. 나보다 더 뛰어난 개성은 없다. 다른 누구와도 나를 바꾸고 싶지 않다. 지금 내 모습이 어떻든 지금 이대로의 나, 나의 개성, 그것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인생이 고달파지는 까닭은 경쟁적 성공이 행복의 근본 요소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성공이라는 감정이 인생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청년 시절에는 존재감이 미미했던 화가가 중년 이후 자기 재능을 인정받음으로써 행복해질 수가 있다. 돈의 힘으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돈으로 산 행복에는 한계가 있다. 성공은 행복을 부르는 데 지불되는 한 가지 요소임에는 분명하지만, 성공을 위해 그밖에 다른 요소를 희생시킨다면 성공을 제값보다 더 비싸게 구입하는 셈이다. 누구의 도전이 가장 영광스러울까?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산꼭대기에 오른 사람에게는 좌절이 없다. 그래서 영광도 없다. 반면에 실패할 때마다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다시 일어선 사람에게는 영광이 주어진다. 그에게는 좌절을 떨치고 일어났다는 아문 상처가 새겨져 있으며, 절망의 끝이 어디쯤인지를 알고 있는 눈동자가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가장 큰 고난은 우리가 얻고자 노력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장애물을 뛰어넘거나 치우려고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앞날을 가로막는 고난의 정체였다. 인내를 그대의 의복으로 삼아라. 의복을 벗고 다니는 것이 부끄러워지리라. 인내를 벗지 않는다면 수치를 당할 일도 없으리라. 신념을 그대의 양식을 삼아라. 육신의 굶주림으로 고통받지 않게 되리라. 신념을 잃은 인간처럼 불행한 인간은 없다. 실패하고 낙오하는 자들은 대개 참을성이 부족하거나 신념을 갖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던 사람들이다.
불명확한 인생에서 죽음보다 확실한 사실은 없다. 우리 모두에게 죽음이 찾아온다는 사실보다 명확한 전제는 없다. 죽음 앞에 놓인 인간의 운명은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올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보다, 해가 지면 어둠이 찾아온다는 눈으로 목격한 사실보다, 겨울이 가면 따뜻한 봄날이 시작되리라는 부푼 기대보다 더욱 명확한 진실이다. 그러나 사람은 내일을 준비하고, 어둠을 대비해 거실에 불을 밝히고, 봄을 기대하며 두꺼운 털옷은 정리해도, 내일 찾아올지 아니면 잠시 후 저녁에 찾아올지, 혹은 내년 봄에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런 준비도,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우리는 항상 죽음을 떠올려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삶이 허락된 이유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난 자들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죽음의 준비는 오직 이것뿐이다.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 두려움과 아쉬움과 남겨진 자들에 대한 걱정으로 죽음의 눈치만 보던 우리들이 당당하게 죽음과 대면하여 공포도, 후회도, 근심도 없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 보다 나은 삶이 우리를 죽음으로부터 지켜주는 유일한 보호막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좀 더 의연하게 죽음이라는 숙명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언제나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이 참 인상 깊었다. 잘 살길 바라면서도 우리는 죽음을 회피하거나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죽음을 잘 준비하고 주어진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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