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태어나는 것은
거미에게 잡아먹히기 위해서이며,
인간이 태어나는 것은
괴로움의 노예가 되기 위해서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는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한다. 삶은 고통 그 자체라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결코 부정할 수 없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고, 그 속에서 쉽게 상처받기도 하고, 자신을 좀 더 잘난 사람으로 드러내고자 허영심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짧은 삶에서 큰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쇼펜하우어는 진정으로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는 나를 둘러싼 표상일 뿐, 세계를 인식하는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기심은 그 본질상 끝이 없다. 인간은 가능한 한 모든 쾌락을 누리고, 모든 것을 소유하려 하며, 만일 불가능하면 적어도 그것을 자기의 지배 아래 두려 한다. “모든 것을 내게 다오. 다른 사람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해도 상관없다.” 이것이 인간의 푯말이다. 인간의 이기심처럼 거대한 것이 없다. 우주도 그것을 다 포용하지 못한다. 누구에게나 질문해 보라. “만일 우주 멸망과 네 멸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본성은 약하다. 이 때문에 다른 이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 즉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존재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타인의 시선은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모든 욕망은 결핍이나 고뇌에서 생긴다. 이 욕망은 채워지면 끝난다. 하지만 적어도 열 개의 욕망은 채우지 못하고 남아 있다. 채우지 못한 욕망은 오래 이어지고, 욕구는 끝없이 계속된다. 즉, 만족감을 짧고 부족하게 느낄 뿐이다. 심지어 이루었다고 생각했던 욕망조차도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 뿐, 그것을 이룬 후엔 즉시 생겨난 새로운 욕망이 자리를 차지한다. 삶을 더 괴롭히는 것은 시간이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시간에 쫓겨 좀처럼 숨 돌릴 여유조차 없다. 시간은 교도관처럼 우리 등 뒤에서 회초리를 들고 감시한다. 그리고 시간은 권태라는 이름의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아픔을 안겨준다. 인간은 과거와 미래를 생각함으로써 걱정, 두려움, 희망을 지니게 되는데, 이는 실제의 즐거움이나 아픔을 훨씬 더 크게 느끼도록 한다. 반면, 동물은 과거의 즐거움이나 아픔을 담아두는 저장소가 없기에 실제의 즐거움과 아픔만을 느낀다. 같은 아픔을 반복해 겪더라도 그것을 굳이 합산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동물은 부러울 정도로 걱정이 없으며 마음이 평온하다. 삶이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우리에게 보내진 선물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고되게 갚을 의무며 임무다. 그렇기에 크고 작은 모든 일에는 불행, 노력, 경쟁, 투쟁과 온 마음을 다 바치는 긴장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해내야만 하는 활동이 있을 뿐이다. 삶이 힘들 때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는다. 삶은 원래 괴로운 것이라고, 남을 의식하지 말고 고독을 즐기며 너의 삶을 살라고 말하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보며 나는 인간의 본질적인 삶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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