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는 우리의 인생을 ‘매일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기를 써도, 순식간에 완성되는 인생은 없다. 하루하루 아주 조금씩 정성을 다해 쌓아야, 훗날 처음 생각했던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건 자신을 향한 사랑이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하루는 절대 쌓이지 않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가 강조한 것처럼 인생은 결국 수많은 일상의 합이고, 그 중심에는 자신을 향한 사랑이 존재한다. 그렇게 스스로 만든 일상이 모여서 하나의 삶이 완성된다. 쇼펜하우어는 언제나 ‘사색’을 강조한다. 독서에서 사색은 절대적인 가치다. 책에 있는 글자는 그 글자를 쓴 자의 것이지, 읽는 자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색이 필요하다. 사색이라는 지적 장치를 통해서 우리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으며, 그것들은 내 삶에 쌓여서 내가 생각하며 살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당신은 고통에 민감한가? 아니면 평화에 민감한가?” 이렇게 질문하면, 약간 혼란스러울 것이다. 받아본 적 없는 질문인 동시에, 쇼펜하우어가 들려주는 답이 짐작과는 전혀 달라서 그렇다. 우리는 좋은 것이 아닌 부정적인 것들에 더 빠르고, 깊게 반응한다.이를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는 고통이 있는 상태는 느끼지만, 반대로 없는 상태는 느끼지 못한다.” 어떤가? 정말 미묘한 뉘앙스의 말이지만, 핵심을 관통하고 있어서 경탄이 절로 나온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걱정이 있는 상태는 느끼지만, 없는 상태는 느끼지 못하며, 두려운 상태는 느끼지만, 안전한 상태는 전혀 느끼지 못한다. 마치 갈증을 느끼는 사람처럼, 욕구와 소망은 섬세하게 감지하지만, 바라던 것을 실제로 얻게 되면, 갑자기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이는 입안에 든 음식물을 삼키면, 이후로는 어떤 맛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제 이런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왜 삶은 나아지지 않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노력은 하지만, 일상에서 계속 부정적인 것만 감지하기 때문이다. 좀 더 수준 높은 감각을 가지려면, 부정적인 것을 민감하게 느끼는 일상에서 벗어나, 우리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들에 좀 더 섬세하게 반응하며, 꾸준히 내면에 담아야 한다. 이를테면, 수준 높은 감각을 내 삶에 이식하려면, 힘들거나 아플 때만 발달하는 센스를 반대로 행복하거나 기쁠 때 작동시켜야 한다. 그렇게 좋은 것에 반응하는 시간을 늘려 나가야, 세상을 인식하는 우리의 센스도 크게 키울 수 있다.
쇼펜하우어가 경고한 것처럼 거짓된 친절과 어리석은 우정은 사는 내내 조심해야 한다. 결국 세상의 이치는 간단하다. 좋은 점만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장점만 보이고, 나쁜 점만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단점만 보인다. 내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나 겸손한 마음을 담은 글을 썼을 때 나를 찾아와 좋은 마음을 남기는 사람은, 나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이다. 반대로 나쁠 때만 찾아와서 지적만 하고 가는 사람은, 굳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자다.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알고, 그게 어디에 있는지 알며, 자신이 머무는 공간이 어떤 곳인지 아는 사람은, 늘 사랑받고 살면서, 좋은 소식만 만나게 되는 것이 인생이다. 나쁜 것과 부정적인 것만 내면에 담은 자는 결국 무기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마이너스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이 상황을 역전해서 플러스 인생을 살고 싶다면,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이 곧 나의 내면의 수준을 결정하니, 더 고귀하고, 빛나는 것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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