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행복과 향락에는 주관적인 것이 객관적인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 사실은 시장이 최고의 반찬이 된다든가, 노인이 아름다운 젊은 연인을 무미건조하게 바라보는 일, 또는 천재와 성직자들의 삶 등 모든 면에서 드러난다. 특히 어떤 외적인 재산보다도 건강이 중요하므로 건강한 거지가 병약한 왕보다 더 행복하다. 완벽하게 건강하고 행복한 신체의 조화에서 오는 차분하고 청명한 기질, 명확하고 생기가 넘치며 통찰력 있는 올곧은 지성, 온건한 의지에 따른 투명한 양심은 지위나 재산이 대체하지 못하는 가치다. 그 이유는 인간 본연의 모습, 즉 홀로 있어도 그를 언젠가 따라다니며 누군가에게 받거나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중에 소유하게 될 무엇이나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치는 모습보다 더 귀중하다. 총명한 사람은 온전히 홀로 있을 때조차 자신만의 생각과 상상만으로 큰 즐거움을 얻는다. 반면에 아둔한 자는 아무리 사교 활동, 연극, 유흥거리를 즐겨도 고통스러운 권태로움을 피할 도리가 없다. 선하고 절제하는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는 환경이 곤궁해도 만족을 찾는다. 하지만 탐욕스럽고 남을 시기하는 악한 사람은 아무리 부자여도 만족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각자에게 주어진 인격을 되도록 유익하게 사용하여 인격에 적합한 노력을 하고, 인격에 맞는 형태의 교육을 받는 일이다. 그 이외의 모든 일은 피하여 인격에 부합하는 지위, 직업이나 삶의 방식을 택해야 한다. 재능을 타고난 인간이 외부 환경 탓으로 앉아서 하는 일, 즉 사소하고 귀찮은 소일거리에 종사하거나 그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요구하는 연구와 정신노동을 하느라 자신의 비범한 능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그는 한평생 불행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지적 능력이 아주 탁월한 인간이 자신의 능력이 필요치 않는 보잘것없는 일이나 힘에 부치는 육체노동을 하느라 자기 능력을 개발하거나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는 더욱 불행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만 이 경우, 특히 청년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과신하여 망상의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일은 피해야 한다.
인간의 본성은 특별히 나약하게 타고나므로 타인의 눈에 비치는 자신을 과도하게 의식하곤 한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이런 생각이 우리의 행복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인간이 다른 사람의 호의적인 생각을 알아차리고 자기 허영심이 충족될 때 몹시 기뻐하는 그 속내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쓰다듬으면 자동으로 가르랑대는 고양이처럼 인간은 자기가 자신 있는 분야에서 입에 발린 거짓말 같은 칭찬이라도 받으면 대번에 얼굴색이 환해진다. 실제로 불행한 인간이거나 지금까지 언급한 행복의 두 가지 주요 원천이 빈약해도 타인의 칭찬에 위안을 받는다. 반대로 어떤 의미와 정도, 관계와 상관없이 자신의 명예욕에 무시, 냉대, 멸시를 당하면 놀랍게도 상처를 받고 고통스러워한다. 명예심이 이런 특징에 기반을 두는 한 인간의 도덕을 대체하는 요소로써 많은 사람이 좋은 행동을 하도록 만들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인간 자신의 행복에 중요한 내면의 평정과 자주성에는 불리한 방해 요인이 되기 쉽다. 따라서 인간은 이런 행복의 주요 요인에 제한을 두어야 바람직하다. 숙고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외부의 아첨하는 말이나 상처를 줄 만한 생각에는 되도록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편이 좋다. 아첨하는 말이나 상처를 주는 언동은 모두 같은 선상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것에 거리를 두지 않으면 타인의 의견과 생각의 노예가 된다. 따라서 자기 눈으로 보는 자신의 가치와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자신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면 행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도서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서 리뷰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0) | 2024.09.20 |
---|---|
도서 리뷰 '나의 현재만이 나의 유일한 진실이다' (0) | 2024.09.19 |
도서 리뷰 '부자의 언어' (어떻게 살아야 부자가 되는지 묻는 아들에게) (0) | 2024.09.16 |
도서 리뷰 '생각중독' (불안과 후회를 끊어내고 오늘을 사는 법) (0) | 2024.09.12 |
도서 리뷰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0) | 2024.09.11 |